네이버 노동조합이 다음주 화요일(27일)에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주 내내(19~23일) 점심시간 피케팅을 하고, 전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한다.
요구는 최인혁 전 COO의 복귀 반대다.
최인혁 전 COO는 2021년 직장내 괴롭힘으로 한 노동자가 자살한 것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었다. 괴롭힘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가해자를 비호하고 오히려 승진시켰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한성숙 당시 대표도 몇달 후 조기 퇴임했다.
그런데 15일 최인혁이 테크비즈니스 책임자로 복귀한다는 사실을 네이버가 발표했다.
노동자들이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본사 노동자 4500명 중에 1000명이 최인혁 복귀 공지에 반대 버튼을 눌렀다.
노동조합도 강력히 반발하면서 즉각 행동에 나섰다.
불황속 격쟁 격화
이런 사람이 다시 중용되는 것은 불황 속 경쟁 격화와 관련있다.
AI에 뒤쳐지면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거대 기업들은 천문학적 투자를 쏟아붙고 있다.
특히 위협받는 것은 검색인데, 구글은 자신의 AI 모델을 만들면서 선방하고 있지만 네이버는 사정이 다르다. 투자금 규모에서 게임이 안 된다.
2023년 네이버는 매출 10조 원, 연구개발비는 2조 원이었는데, 구글 매출은 약 430조 3516억 원(3073억 9400만 달러), 연구개발비는 약 63조 5978억 원(454억 2700만 달러)이었다.
네이버가 AI에서 밀리는 것은 체급상 당연하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3월 창업자 이해진이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했다.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지 7년 만이다.
이해진은 위기의 대안으로 글로벌 신시장 개척을 제시하는데, 최인혁은 이해진의 최측근으로서 인도, 스페인처럼 그간 네이버가 집중하지 않은 시장을 개척하는 임무를 맡은 것이다.
사업 구조조정이 낳는 여파들
불황과 AI의 발전은 사업 구조조정을 유발중이다. AI가 아직 수익성이 없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이 와중에 여러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다.
KT는 AI 투자금을 마련한다고 이니텍을 매각했다. 이 와중에 노동조합이 건설됐다.
카카오는 다음 분사화, 카카오모빌리티 사모펀드 매각을 시도하다 노동자들이 반발했다.
네이버는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간 전 임원을 신시장 개척을 한다며 중용하려 한다.
이런 사람이 다시 중용된다면 임원은 노동자들에게 무슨 짓을 하든 이윤만 내면 괜찮다는 메시지를 주게 될 것이다.
네이버 노동자들이 최인혁 복귀를 반드시 막아내기를 기원한다.
아래는 네이버 노동조합의 5월 19일자 보도자료
[보도자료]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 최인혁 전 COO 복귀 반대 투쟁 본격화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5월 19일(월) 오전 8시 30분 1784 1층 로비 피케팅을 시작으로 복귀 반대를 위한 투쟁을 본격화한다. 이날 피케팅에는 네이버 외 계열사 구성원들까지 70여명이 참여해 피케팅과 함께 ‘직장 내 괴롭힘 책임자, 최인혁의 복귀를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공동성명 오세윤 지회장은 이날 피케팅을 진행하면서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해 복귀를 저지하겠다’고 말하며 매일 점심 시간 피케팅, 전 조합원 대상 ‘복귀 반대’ 총투표 실시, 복귀 반대 집회 등의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이 임금, 단체교섭 사안 외에 전 조합원 대상 총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노동조합 설립 이후 최초다. 공동성명 측은 총투표 실시 배경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를 채용하고, 괴롭힘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묵과하고, 방조한 C레벨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떠났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복귀하는 도덕적 해이에 대해 조합원들이 그만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견을 수렴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5월 3주차 공동성명 투쟁 일정
- 점심시간 피케팅 : 2025년 5월 20일(화)~5월 23일(금) 낮 12시~ 12시 30분
- 전 조합원 대상 ‘복귀 반대’ 총투표 실시
- 복귀반대 집회 : 5월 27일(화) 낮 12시 1784 일대(장소 확정 전)
오세윤 지회장 발언 전문
4년전 너무나도 가슴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와 함께 일하던 동료가 직장내 괴롭힘 때문에 너무 안타까운 선택을 했고, 우리는 그를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네이버 뿐만 아니라 IT업계에서 많은 분들께서 추모를 하며 우리는 다짐했습니다.
왜 그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내고, 명확하게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당시 네이버 사측이 보여준 대처는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이 일의 진실을 밝히기 보다 가해자 한 명의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며 이 일을 축소하기 급급하였습니다. 이에 공동성명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였습니다.
많은 동료분들께서 이 일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너무나도 상세하게 그간 있었던 일을 들려주셨고, 덕분에 이 일의 진실에 매우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결론은 가해자 한명의 잘못이 아니라 시스템 전반의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조사 결과 일부를 발췌해서 읽어드리겠습니다.
고인께서는 밤낮없이 과다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무리하거나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고, 모욕적인 언행 등 폭력적인 협박을 받으면서도 이를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이 일의 주 행위자인 임원 A 가 이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것은 임원 A가 물리적으로 힘이 센 사람이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C 레벨의 권한 뿐 아니라 CIC 및 계열사의 임원을 겸직하며 매우 큰 권한을 갖고 있던 경영진 C가 그를 비호했기 때문입니다. (*경영진 C=당시 최인혁 COO)
A 를 리더로 채용할 당시 조직 구성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에 대해 경영진C 는 본인이 책임을 지겠다고 했습니다. 3 개월 뒤 해당 조직의 리더들이 경영진 C를 찾아가 A와 함께 일하기 힘들다고 했으나 경영진C 는 이를 묵살했습니다. 이후 오히려 리더A 의 권한이 강화되었고 찾아갔던 리더들 중 일부는 보직에서 해임되었습니다. 이 개편에 충격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하자 경영진 C는 리더들을 불러 퇴사하지 말 것을 손가락 걸고 약속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리더였던 A는 결국 임원으로 승진했습니다.
구성원들이 지속해서 A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지만, 경영진 C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묵살했습니다. 용기를 내 문제제기한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인사상 불이익, 그리고 오히려 A의 권한 강화, 승진이었습니다. 구성원들은 어떻게 해도 안된다는 무기력을 학습해야 했습니다. 조직원들을 괴롭고, 고통스럽게 한 행위에 대한 댓가로 보상을 받은 임원 A는 어떻게 생각을 했을까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했을 것이고 문제행동을 하며 어떤 거리낌도 없었을 것입니다. 구성원을 고통스럽게 하고, 조직을 병들게 한 임원 A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오히려 면죄부를 부여한 경영진 C가 이래도 책임이 없습니까? 실질적이고, 전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칼을 잘못 휘두른 자도 잘못이 있습니다. 하지만 칼을 잘못 휘두를 게 명백히 보임에도 칼을 쥐어주고, 칼을 잘못 휘두를 때 더 강한 칼을 쥐어준 자의 잘못 역시 결코 칼을 잘못 휘두른 자의 잘못보다 작지 않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공동성명은 경영진 C가 더 이상 임원으로 네이버 뿐만 아니라 전계열사에서 경영자로서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경영진 C, 즉 최인혁 네이버 경영리더를 네이버 파이낸셜 대표를 포함한 모든 계열사 임원 및 대표직에서도 해임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동성명의 조합원들은 최인혁 경영리더의 해임을 요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함께 행동했습니다.
그 결과 최인혁 리더는 물러났고, 경영진 교체도 이뤄졌습니다. 직장내 괴롭힘 조사 및 징계 과정에 노동조합이 참여하고, 매년 조직문화 진단을 통해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등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도 이루어 냈습니다.
그렇게 4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네이버 사측이 지난주 발표한 알림자료는 구성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동안 네이버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많은 사람들을 헛수고로 만들어버리는 결정, 구성원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직장내 괴롭힘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최인혁 전 COO 가 복귀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네이버라는 회사는 소수의 경영진이 아닌,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천 명의 구성원들의 헌신으로 성장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이 일에 가장 큰 책임 있는 자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복귀하는 것은 수천 명 구성원의 신뢰를 져버리는 행위이며 재발 방지를 하겠다는 약속을 어기는 행위입니다.
공동성명은 오늘부터 최인혁 대표의 복귀 반대를 위해 노동조합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할 것입니다.
첫째, 오늘 피케팅을 시작으로 이번주 내내 피케팅을 진행할 것입니다.
둘째, 최인혁 복귀에 대한 조합원 총 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겠습니다.
셋째, 다음주 5월 27일 화요일에는 집회도 열겠습니다.
네이버의 경영진은 한 사람의 임원을 챙기겠다고, 수천 명 직원의 신뢰를 잃는 선택을 했습니다. 공동성명, 우리가 바로잡아야 합니다.
공동성명은 반드시 최인혁 전 COO의 복귀를 저지할 것입니다. 당연히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공동성명 조합원 여러분.
우리의 일터를 우리가 지킵시다.
구성원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없습니다.
우리를 무시하는 결정은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우리는 많은 일을 함께 해왔습니다. 그동안 불가능해보이던 일도 함께하는 힘으로 실현해왔습니다. 이번에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 함께 행동해서 반드시 복귀를 저지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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