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임금 귀족으로 묘사하며 비난하고 있다. 비난할 논리가 어지간히 없었나보다. 비정규직을 고임금이라는 논리로 비난하다니!
조선일보는 현대차 비정규직들이 연봉 4천만 원의 고임금을 받는다고 했단다. 어이가 없다. 현대차 사측 말을 받아쓴 것이다.

18년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잔업과 특근을 다 하고 주말에도 일하면 가까스로 4천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한편, 현대차 이경훈 지도부가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지 않고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런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일 법하다.
1. 현대 같은 강성노조가 왜?
2. 자기 이득만 챙기는 현대차 정규직!
조중동은 현대차가 파업할 때마다 “비정규직의 고통은 외면하고 자기 배만 불리는 노동귀족”이라고 욕해 왔다.
고임금? 상대적 고임금이라 해도 정규직의 연대 덕분
현대차 비정규직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고임금이라면 그건 정규직 노조가 파업할 때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요구해 관철해 왔기 때문이다.
꼭 요구하지 않았더라도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이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에 영향을 미치므로 역시 정규직 노조의 영향이 있다고 할 것이다.
조선일보는 전에는 사실을 왜곡해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돌보지 않고 밥그릇 파업만 한다’며 이기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사실은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임금인상을 도와 왔다.
이제는 비정규직이 투쟁하니까 ‘고임금 노동귀족’이라고 한다. 한 발 양보해 연봉 4000만 원이라고 해도 이를 두고 귀족이라고 말하다니.
정규직 ’이기주의’를 부추겨 정규직도 죽고 비정규직도 죽기를 바라는 조선일보
이런 정신분열증적으로 모순된 태도를 꿰는 진실은 한 가지다.
▶ 조선일보는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의 임금인상을 바라지 않는다. 투쟁을 싫어할 뿐 비정규직의 고통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 정규직을 비난할 때 이용해 먹으면 그뿐이다.
조선일보가 찬양했던 이경훈 현대차 정규직 노조 위원장 역시 좋은 편은 아니다. 이경훈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연대하는 파업을 사실상 반대했다.
이어서 진행된 찬반 토론에서 현대차지부 이경훈 지부장은 “다들 선동만하지 책임은 지지 않는다. 지금보다 수위를 높이는 것은 아름다운 연대도 해칠 수 있다. 파업ㆍ잔업 거부ㆍ특근 거부 등 모두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수위를 높이게 되면 사흘에서 닷새 만에 박살날 수 있다”며 금속노조의 연대 투쟁ㆍ연대 파업에 사실상 반대하는 발언을 했다.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이런 사람이 처음 현대차 정규직 노조 위원장에 당선했을 때 조선일보는 이렇게 말했다.
현대차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투쟁보다는 조합원의 권익을 우선하는 후보가 신임 위원장에 선출된 것이다. 현대차 노조에서 중도 실리 후보가 강경파를 누르고 위원장에 당선되기는 1994년 이영복 전 노조위원장 당선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민주노총의 핵심사업장인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그동안의 강경투쟁 노선에서 탈피할 경우 국내 노동운동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조선일보, 현대차 노조위원장 선거, 15년만에 중도실리 후보 당선, 2009.9.25
위 인용글에서 ‘투쟁보다는 조합원의 권익을 우선하는 후보’라는 데 강조가 돼 있는 것은 내가 한 것이다. 조선일보의 선동방식을 잘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인데, 투쟁과 조합원의 권익이 반대되는 것인 양 묘사했다. 이것이 주장없이 주장하는 방법으로 많은 주류 언론이 취하는 태도다.
조선일보가 이경훈의 당선을 축하한 이유는 현대차 노조가 “정규직 이기주의”에 물들어 비정규직을 외면하고, 다른 한 편으론 투쟁을 자제해 임금을 낮추는 효과를 내기 바랐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바람대로 이경훈은 비정규직 투쟁을 외면하려고 하고 있다.
(사실 이경훈은 ‘조합원의 권익’도 챙기지 못했다. 참고: 현대차 무쟁의 타결에 대한 현장의 반발, “실리를 챙겨주겠다더니 임금 동결을 받아 왔냐”)
오히려 조선일보가 ‘이기적’이라고 매도해 마지않던 금속노조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연대파업을 하기로 결의했다. 대의원 75.3퍼센트가 연대 파업에 찬성했는데, 이것은 압도적인 수치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차 사측이 보낸 구사대를 막으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엄호했다는 건 이미 많은 언론에서 보도한 바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신의 이익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익이 일치한다는 점을 서서히 깨닫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등골을 빼먹으며 자기 배만 불리고 있는 자들은 조선일보 사주 방상훈을 비롯해 정몽구, 이명박 등 이 땅의 지배자들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했으면 좋겠다.
추가정보
▶ 추천 소책자: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은 정당하다 – 지지와 연대를 건설하자”
▶ 다음 아고라 청원: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지금 현재를 알리고싶어요
다음 아이디 있는 분들은 꼭 서명했으면 좋겠다. 이런 서명이 많아지면 노동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
▶ 더 많은 소식: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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