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은 고려대의 점심시간이다. G20 정상회의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팻말을 들고 선전을 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 대해서 온 매체가 찬양 일색이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왜 G20에 반대하는 것일까?
G20은 Group of 20의 약자다. 즉, 국가를 말하는 거다. 그럼 20개의 국가에 반대하는 것일까?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이야 자본주의 국가가 민중을 억압하는 도구라고 생각하니까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G20을 반대한다고 할 때 국가를 반대한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1) G20 정상회의에 반대한다는 뜻
(2) G20 정상회의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뜻
두 가지의 뉘앙스는 약간 다르다.
2번처럼 정책에만 반대한다면 정책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 노력을 할 수도 있다. 실제로 WTO에 대해서 NGO들은 그렇게 했다. G20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려고 NGO들은 노력했다.
1번처럼 생각한다면 이 기구가 하는 일은 반민중적인 것밖에 없다는 뜻이 된다.
마르크스주의자인 나는 1번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G20에 반대하는 것인데, 2번처럼 생각해서 반대한다고 해도 일단 지금 국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함께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G20 정상회의가 뭐길래?
좀더 본격적으로 알고 싶다면 “G20 세계 민중에게 고통 전가하는 ‘글로벌 거버넌스’(김어진, 마르크스21, 2010년 가을호)”를 참고하라.
G20 정상회의가 처음 열린 것은 2008년 경제 위기 직후다. 그 전까지는 정상회의가 아니라 재무장관 회의였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경제 위기를 G7만으로 돌파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G20 정상회의가 열린 것이다.
둘째, 경제 위기를 돌파했던 방식이 G20의 정신을 반영하는 것이다.
첫째는 중국 등이 워낙 커져 G7만으로 커버가 안 됐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이 약해져 G20을 만들었다는 뜻인데, 이명박이가 선전하는 것처럼 G20이 명예롭기만 한 기구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비판은 좌파적 관점에 서지 않아도 G20을 비판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두 번째다. 한국의 국가 위상이 올라가는 것과 내 삶이 나아지는 것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2009년 경제 위기를 돌파한 방식은 기업 퍼주기(“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와 고통 전가였다.
그나마도 부풀려진 것
정부가 홍보하는 경제 효과는 매우 부풀려졌다.
G20 회의의 직간접적인 경제 파급효과가 21조 원에서 24조 원에 이를 거라는 근거없는 추정을 남발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G20 의전 차량인 현대차를 본 각국 소비자들의 현대차 주문량이 쇄도하면서 수출이 대폭 증가할 거라는 황당한 추정이 포함돼 있다.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때에도 정부는 1조 원의 경제 효과가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3천억 원에 이르는 개최 비용과 경호 비용만 낭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어진(G20 대응 민중행동 공동운영위원장), ‘G20 서울 정상회의의 암울한 전망’, <레프트21> 42호, 2010-10-16
“서울G20 경제적 효과가 450조? 계산법 뜯어보니… 삼성경제연.무역협회의 황당한 보고서”(민중의 소리)도 참고할 만하다.
상식적으로, 한 번씩 돌려서 맡아 하는 의장국이 됐다고 경제 효과가 21조나 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휴지를 낭비하지 말라며 글로벌 에티켓 운운하는 지하철 광고도 우습다. G20 수행원들 중 지하철을 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하철 휴지를 낭비하는 한국인은 몇이나 될까. 그 둘이 만날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
G20이 논의하는 것들
G20이 논의하는 것들이 핵심이다. 사실 G20이 구체적인 정책을 논의하지는 않는다. “G20에서 결정한 대로 공공요금을 인상하겠습니다” 하는 식의 말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G20은 사실 더 고차원에서 그런 것을 논의한다.
- 2010년 6월 캐나다 G20 정상회의에서는 각국이 2013년까지 재정 적자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합의: 이는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서 재정 적자를 줄이자는 게 아니다. 공공요금을 인상하거나 공무원 임금을 깎는 등의 수단을 쓰자는 것이다. 이런 정신에 따라 그리스에서는 노동자들의 휴가비를 반납시키고 임금을 삭감했고, 프랑스에서는 연금 수령액을 깎으려고 시도중이다.
- 그리스 민중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IMF의 긴축 요구안을 지지: 그리스 긴축의 효과에 대해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 니코스 루도스는 이렇게 말했다: “긴축 정책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사실 다른 유럽 경제들이 침체에 빠지고 있었을 때 그리스 경제는 침체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경제들이 표면적으로는 마침내 침체에서 벗어났다고 하는 와중에 그리스는 더 깊은 침체에 빠지고 있습니다. 긴축 정책이 그리스를 더욱 깊은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는 점은 IMF 자신도 시인했습니다. 그들은 그리스 실업률이 20퍼센트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그러면 더 많은 공장들이 폐쇄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하루 만에 부가가치세를 갑절로 올렸습니다. 당연히 소비가 줄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 경제가 날개 없는 추락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유럽 반자본주의 좌파 활동가들에게 듣는다 ─ 유럽의 재정 위기와 그리스 노동자 투쟁, <마르크스21> 7호) G20은 이런 것을 지지하는 회의체다.
- G20은 힘 잃고 골골대던 IMF에게 명실상부한 금융 감독 권한을 쥐어 주며 부활 … IMF는 유럽연합의 가난한 동유럽 회원국들인 라트비아ㆍ헝가리ㆍ루마니아 등에 ‘구제금융’ 지원을 대가로 사회복지 삭감, 공무원 연금과 임금 삭감, 의료 등 공공서비스 민영화, 정리해고 요건 완화 등을 강요했다.
- 금융규제안은 말만 무성하고 실제로는 되는 것도 없다. 논의되던 은행세는 지난 캐나다 정상회의에서 “합의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 각국에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라고 요구하는 IMF 보고서를 채택
- 캐나다 G20 정상회의 선언문을 통해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강력 주문: 비정규직 확대를 지지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참고: ‘G20에 반대해야 하는 10가지 이유’(김어진, <레프트21> 40호, 2010-09-11)
이제 G20에서 어떤 것을 논의하는지 감이 올 것이다.
반면 환경, 복지, 개도국 지원 등 보통 사람들에게 중요한 쟁점에 대해서 G20 정상들은 말잔치만 벌였다.
이런 주요 국가들 간 격렬한 쟁투는 결국 G20 정상의 최종선언문을 요란한 말잔치로 만들어 버렸다. 최종선언문에는 정상들 간 합의를 실현할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되지 않았고 합의를 어긴 국가들에게 취할 제재도 적시되지 않았다.
조명훈, G20 ─ 고통 전가에만 합심하는 지배자들의 요란한 말잔치, <레프트21> 16호, 2009-10-10
따라서, G20에 대한 정부의 홍보를 믿지 말라. 이 회의체에서는 선한 것이 나올 수 없다. 회의체 자체에 반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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