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의 사전 검열 가능성

6월 16일부터 카카오톡의 운영정책이 변경되면서 “테러 예비, 음모, 선동, 선전 행위 및 폭력적 극단주의 콘텐츠 금지” 항목이 신설됐습니다.

테러 금지야 당연하지 않나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문제는 국가 기구가 규정하는 “테러 선동, 선전 행위”에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구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탄압할 때 테러 선전 혐의를 적용하곤 합니다. 예컨대 프랑스에서는 SNS에 팔레스타인 지지 메시지를 올렸다는 이유로 한 정치학자가 기소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때 적용된 혐의가 “테러 선전”입니다. 프랑스에서는 많은 활동가들이 같은 혐의로 공격받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국가 기구가 아닌 카카오 자신이 사적인 대화를 검열하면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공격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카카오가 채팅방을 일상적으로 검열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는 이용자가 메시지를 신고하면 그 때 검토합니다. 카카오톡의 운영정책을 보면 “일반채팅, 팀채팅, 비밀채팅 메시지에 대해서는 … 신고된 메시지 내용을 바탕으로 운영정책 위반여부를 판단”한다고 돼 있습니다.

신고 가능한 대화도 제한적입니다. 친구가 아닌 이용자가 보낸 메시지만을 신고할 수 있습니다.

운영정책만을 근거로 이렇게 판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적인 채팅방을 카카오가 사전 검열한다면 이용자들이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기업의 이해관계와 어느 정도 엮여 있습니다.

지금까지 카카오톡 검열 이슈가 몇 차례 있었고, 그 때마다 이용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카카오는 매번 사전 검열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번 개정에 대한 〈JTBC〉의 문의에 카카오는 사전 검열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답했습니다.

카카오톡은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고 홍보해 왔습니다. 2014년에 박근혜 정부 하에서 카카오톡이 수사기관에 그룹 채팅방 대화를 넘겼다가 곤욕을 치른 이후부터입니다. 이후 카카오는 자신도 내용을 볼 수 없는 비밀 채팅방 기능을 만들고, 일반 채팅도 서버에 2-3일만 보관해 왔습니다.

또한 카카오톡이 사전 검열을 한다는 의혹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고, 만만찮은 의혹으로서 제기된 적도 없습니다. 현재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전 검열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의혹 제기에 그칩니다.

물론 수사 기관이 영장을 집행하면 비밀 채팅방이 아닌 일반 채팅, 그룹 채팅, 팀 채팅은 2-3일치 대화를 카카오가 제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국가 탄압의 문제로 차원이 다른 이슈입니다.

한편, 이번 운영정책 개정은 ESG 평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진행한 것입니다. ESG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번 사례를 보면 별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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