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일부 창의적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 데이터회사 CTO의 블로그 글에 대해

“저는 AI가 오늘날 실제로 어떤 직업을 대체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1억 8천만 개의 직업을 분석했습니다(I analyzed 180M jobs to see what jobs AI is actually replacing today) 하는 글이 화제가 된 모양입니다.

저는 GeekNews가 “AI는 실제로 어떤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을까? CG아티스트(-33%), 작가(-28%)가 가장 크게 감소”라는 제목으로 소개해 알게 됐습니다. 이 글은 컴퓨터 그래픽 아티스트의 일자리가 AI의 영향으로 33% 감소했고, 사진작가와 작가는 28% 감소했다고 주장합니다. 기자·리포터도 22% 감소했다고 말합니다.

이 글은 블룸베리(Bloomberry)라는 데이터 사이트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저자인 헨리 윙 치우(Henley Wing Chiu)는 블룸베리를 출시한 회사인 리빌레라(Revealera)의 CTO입니다. 리빌레라는 데이터 분석·판매 회사로 보입니다. 즉, 본격적인 연구로 보기보다는 참고할 만한 의견으로 보는 것이 나아 보입니다.

저는 이 글의 전체적 신뢰성이 낮다고 생각합니다. 글의 결론을 보면 AI가 실업률을 급등시키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창의적 일자리에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다고 해 일견 그럴듯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결론은 얕은 근거에 상식적인 생각을 덧씌운 것인 듯합니다.

당장 컴퓨터 그래픽 아티스트 채용 공고는 33% 감소했는데, 그래픽 디자이너는 7%밖에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8% 넘게 감소한 경우를 중요하게 보는데요(전체 채용 공고가 8% 줄었으므로). 이에 따르면 그래픽 디자이너는 안전한 게 됩니다. 저자는 그래픽 디자이너는 “더 복잡한 의사결정과 클라이언트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AI 시대에도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는데요. 제가 보기엔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저는 글의 대전제가 의문입니다. 저자는 “일자리 변동의 큰 원인이 AI다” 하는 대전제를 사실로 가정한 채 데이터 분석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과연 그게 사실인지부터가 의문입니다.

물론 저자는 AI의 영향이 선택적으로 나타난다고 하면서 어떤 직종은 AI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어떤 직종은 그렇지 않다고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AI의 영향을 전제한 뒤 그렇지 않은 일부만 분리해 내려고 하는 것이지 대전제에 대한 검토는 아닙니다.

다른 연구들을 보면 AI로 인한 일자리 영향에 대해서 아직은 조심스럽습니다. 예컨대 예일대 예산 연구소의 최근 분석을 보면 일자리 구성 변화는 ChatGPT가 히트한 2022년 11월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일자리 변화의 원인을 AI라고 단정할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글이 말하는 AI 영향 여부는 다소 자의적으로 보입니다. AI가 일부 창의적인 업무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하는데, 해당 분야 채용 공고의 급감이 AI 때문인지 불황 때문인지 분석하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해커뉴스의 한 댓글은 예술 사진은 AI와 무관하게 소비 감소로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글은 전체 논지를 받아들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물론 아예 무의미하지는 않다고 보는데요. AI가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떤 직종들은 오히려 채용 공고가 늘었다 하는 점은 부분적인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물론 그조차도 AI로 인한 감소에도 불구하고 다른 요인 때문에 채용 공고가 늘어난 것인지 AI로 인한 감소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인지는 이 글만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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