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에서 한국인 살해 참사가 계속되는 이유

오늘 아침 예멘에서 한국인 살해가 공식 확인됐다는 소식에 마음이 착찹하다.

2001년 9.11 테러를 명분으로 한 제국주의 전쟁몰이 탓에 세계는 더 위험한 곳으로 변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9.11 테러를 계기로, 테러와 상관도 없는 이라크를 침공했음이 이제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사실, 9.11 테러 당시 CIA가 ‘뭔가 테러가 있을 것이다’ 하고 알았음에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는 음모론도 있을 정도로 9.11 테러는 미국 정부에게 거대한 명분을 줬다.

냉전 후 새로운 적, 이슬람

사실, 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 추종자인 부시 대통령 일당에게 당시 필요한 것은 ‘적’이었다.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이 필요함을 입증할 수 있는 적이 필요했다.

냉전이 끝나고, 소련이란 적이 사라지자 “평화”가 온 듯했고, 미국의 군사력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경 보수파들은 “평화”가 자신의 지도력을 이완시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전쟁이 지도력 상실보다 낫다. 이런 강경보수파 이데올로기가 바로 9.11 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을 낳았다.

이슬람 일반이 이슬람 원리주의자 테러리스트로 재창조됐다. 서방의 중동 식민지배 탓에 생겨났던 ‘이슬람 원리주의자 테러리스트’는 이슬람의 극히 일부다. 그러나 미국 지배자들의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 이슬람 일반이 중세적 원리주의자, 테러리스트로 그려졌다.

한국 정부는 이슬람 공격에 동참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고, ‘개혁 대통령’ 노무현이 한 첫 번째 국제 정책은 이라크 파병이었다. 당시 높은 파병 반대 여론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파병동의안에 찬성하기 부담스러워하자 직접 국회에 가 설득하기까지 했다. 노사모마저 참가한 파병 반대 집회는 노무현 정부에게 첫 위기였다.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은 노무현의 파병 결단을 높이 샀고 중동에서 남한은 ‘미국의 꼬붕’, ‘파병 국가’로 알려졌다.

그리고 2004년 김선일 씨가 살해당했다. 2007년에는 선교사들이 살해당했다. 그리고 이번엔 예멘에서, 봉사활동 갔던 사람이 살해당했다. 이 비극의 뿌리는 2003년 파병이다. 이명박은 이를 적극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김선일 씨나 선교사들과 달리 이번엔 커다란 이슈조차 못 되는 듯하다. 아마도 지역이 예멘인 점, 어떤 단체의 소행인지 불확실한 점 탓인 듯하다.

그러나 명확하다. 한국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포장됐던) 제국주의 전쟁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중동의 비극

예멘은 영국의 식민지였다. 그리고 90년대 초 걸프전에 반대했다가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무역 보복을 당했다. 중동의 가난한 국가가 입은 피해는 컸다.

물론 예멘 정부가 일관성있게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반대한 것도 아니었다. 예멘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적극 추진했다. 그 결과 예멘의 내정은 몹시 불안정해졌다.

예멘에 대해 참고해 볼 만한 글들

에티오피아의 소말리아 침공은 예멘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에티오피아가 소말리아를 침공한 것도 소말리아의 저항군이 승리한 것을 뒤엎으려는 제국주의의 책동 탓이었다.

중동은 검은 황금인 석유가 있는 땅이다. 이 석유 때문에 중동의 패권은 미국에게 매우 중요하고, 그래서 미국은 중동의 모든 저항을 가로막는다. 조금이라도 자주적인 정부가 들어서지 못하게 막고, 만약 들어서면 갖은 수로 그들을 악마화한다.

이란의 예를 보라. 혁명으로 친미 왕정을 몰락시킨 이란을 미국은 악마화했다. 정작 미국은 왕정 사우디, 독재국가 이집트를 후원한다.

이명박과 제국주의

이명박은 최근 아프가니스탄에 재파병을 하려고 한다. 이명박은 오바마와 한미 동맹을 공고히 했다며 자랑했다. 나는 파병을 떠올렸다. 한겨레도 ““아프간 공조 제고” 미 파병 지원 요청 가능성”이라는 소제목을 뽑았다.

이명박이 파병을 추진할 때 막아야 한다.

경제 위기는 정치적 불안정을 낳을 것이다. 미국의 군사주의적 모험도 계속될 것이다. 미국이 현재의 리더십을 유지하는 데 군사적 제스쳐가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 제국주의적 위험에서 그나마 안전해지는 길은, 각국의 민중이 각국의 정부에 압력을 넣어, 불의한 군사행동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라크전 이후로 추가적 군사행동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으며, 영국은 파병을 철회했고 이제는 이라크 파병 공식 조사에 들어갔다. 국제 행동의 날에 최대 4500만 명까지 참가했던 세계적 반전운동의 결과다. 이 반전운동은 앞으로도 중요하다.

결론

죽음에 슬퍼하라. 그러나 이성을 버리지 말라. 한겨레는 이번 일을 두고 사실상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한 듯하다. 한 기사에서는 “일부에선 한국 정부가 국외 체류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게을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확실한 방법인 ‘여행금지국’ 지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고 말하면서 같은 기사에서 또 “그러나 정부가 특정 국가를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해 국민의 방문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된 나라와의 외교관계 손상 우려도 있다”고 한다. 결론에는 아무 견해도 없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분명히 말한다. 모든 비극의 궁극의 원인을 해결하라. 그것은 제국주의 전쟁 동참인 파병이고, 그것이 중동 민중을 분노케 했다. 당장 군대를 철수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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