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노, 예술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명작

드라마 “추노”는 예술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갖춘 수작이다.

극 초반부에는 질질 끄는 느낌이 있었다. 특히, 언년이(혜원) 캐릭터가 그랬다. ‘뭐 이런 사람이 있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대길이 패거리의 감칠맛과 노비 패의 담백함이 “추노”의 맛이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혜원은 점점 성장했다. 16화에서는 절정에 달했다. 무기력하고 의존적이어서 민폐만 끼치던 혜원은 주체적 인간으로 발전했다.

대길이와 송태하가 검을 부딪히는 장면은 작위적이지 않다. 목숨을 건 둘의 대결을 위한 개연성은 충분히 마련돼 있었다. 최장군와 왕손이를 죽인 송태하, 그 오랜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다시 뭉친 동료들을 죽인 대길이. 오해가 빚어낸 비극이었다.

결혼한 언년이의 모습을 보고 모든 것을 중단하려던 대길이를 돌려세우기에 최장군와 왕손이의 죽음은 충분했다.

최장군과 왕손이를 추억하며 주막에서 혼자 밥상을 차려놓고 계란을 입에 집어넣으면서, 울면서 웃고있는 대길이의 표정은 그 상황, 그 감정을 너무나도 절실히 전해준다.

한마디로 16화는 1화부터 15화를 한꺼번에 모아 꽝 내려치는 파괴력이 있었다.

대길이와 송태하의 논쟁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대길이는 네 부인이 노비인 게 그렇게 신경쓰이냐고, 마음만 주고받았으면 된 거 아니냐고 비아냥댄다. 송태하는 말한다. 근본은 중요한 것이라고.

그러나 또 송태하는 말한다. 세상은 정해져있는 게 아니라고. 인간이 만드는 거라고. 대길이는 말한다.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이라고. 대길이는 송태하에게 대고 소리친다. 너 같은 벼슬아치들이 만든 세상 때문에 나 같은 되바라진 놈이 생긴 거라고. 그래야 살 수 있으니 그런 거라고.

인간의 모순됨을 절절히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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