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이사로 추천한 우인식 변호사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그는 “우리나라 독립이 어떻게 보면 도둑처럼 갑자기 온 측면이 있었습니다” 하고 말했다.
언론은 이 발언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발언(“광복 …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과 묶어, 독립운동을 폄훼한 뉴라이트식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우인식의 발언은 결이 약간 다르다. 그의 발언은 황당하게도 환단고기(한민족의 기원을 과장·조작해 우익 민족주의를 뒷받침하는 책)를 옹호하는 유사역사학적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영상, 녹취).
강연 전체를 보면 우인식은 독립이 “도둑처럼 갑자기” 오는 바람에 한국 역사학계가 조선시대 성리학과 일제 식민사학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도 《환단고기》가 가짜 역사책 취급받는다고 주장한다.
이는 얼핏 보면 친일 잔재를 청산하자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유사역사학 신봉자들이 오래전부터 활용해 온 식민사관 음모론이다. 국수주의적으로 역사를 왜곡하자는 논리를 정당화하는 장치에 불과한 것이다.
강연에서 우인식은 “[2020년 미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이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속국이다 이런 말을 했다고 다 언론에 보도가 됐다”며 “중국 역사 최고 지도자들은 으레 이렇게 역사적으로 접근을 하는구나 … 우리가 본받아야 될 상황이다” 하고 말했다. 역사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어 그는 만주의 말갈·여진·만주족을 한국사 범주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그 정치적 결론은 호전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주장은 일제의 일선동조론을 찬양한 유사역사학자 최동을 떠올리게 한다. 일제는 일본과 조선이 같은 조상에서 나왔다며 조선 침략을 정당화했고, 만주족 역시 그렇다는 논리로 만주 침략 역시 정당화했다. 친일파 최동은 유사역사학을 이용해 이 논리를 지지했다.
해방 이후 유사역사학은 군부 독재와 가까워졌다. 유사역사학 잡지는 군납됐고, 《환단고기》는 《통일과 웅비를 향한 겨레의 역사》 같은 국수주의적 정훈교재의 참고 자료로 활용됐다.
극우가 부상하는 지금, 친미 기독교 뉴라이트 세력뿐 아니라 유사역사학 신봉자들도 극우 운동에 들어가 있다. 유사역사학도 극우의 무기고에서 한 칸을 차지하고 있을지 모른다.

참고
이상원, “〈환단고기〉 추종, 비합리적·비논리적이고 호전적·팽창주의적이라 문제”, 〈시사인〉, 2025-07-31
이문영, “80년대 신군부와 유착한 <환단고기> 저자 이유립”, 〈뉴스톱〉, 2019-02-12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