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24일 프랑스에서 체포됐습니다. 프랑스 검찰은 불법 거래, 아동 포르노, 마약 거래, 악성 코드, 사기 등 범죄를 플랫폼에서 방치하고 정부의 검열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그를 조사중입니다.
텔레그램은 10억 명이 사용하고 있는 메신저이자 SNS입니다. 국가 검열에 잘 협조하지 않아 여러 저항 운동에서 활용돼 왔습니다.
텔레그램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에서 사용이 치솟았습니다. 러시아인 약 50%가 텔레그램을 사용하고, 우크라이나인 72%가 텔레그램에서 주요 정보를 얻습니다. 양측 정부도 텔레그램을 적극 활용해 왔습니다.
인터넷은 통신 수단이며, 따라서 안보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취급됩니다. 두로프 체포는 텔레그램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측의 주요 통신 수단이 되었다는 배경과 관련이 있습니다.
텔레그램이 러시아에 협력한다고 믿는 서방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텔레그램이 러시아에 협력한다고 믿습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텔레그램 서버가 러시아에 있고(텔레그램은 서버 위치를 밝히지 않습니다), 소유주와 개발자가 모두 러시아인이며, 러시아 보안국과 협력해 우크라이나 채널을 차단한다고 비난했습니다.
텔레그램은 2018년에 사용자 정보를 볼 수 있는 키를 넘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러시아에서 차단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2020년에 차단이 해제되었고, 이 때 러시아와 텔레그램 간의 모종의 협약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카고 대학의 러시아 전문가인 콘스탄틴 소닌 교수는 “몇 년 전 [러시아 연방의] 바시키르 공화국에서 시위가 일어났을 때, [러시아 보안 기관인] FSB가 텔레그램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 러시아 군인들의 탈영을 돕는 우크라이나의 인기 채널이 검열됐습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올해 4월 28일에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봇 여러 개가 갑자기 차단됐습니다. 이 봇들은 러시아군의 군사 활동을 민간인들이 신고할 수 있도록 제작된 앱들이었습니다.
〈BBC〉는 텔레그램이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와 국가 연계 기관으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지원받았고, 푸틴 측근이 텔레그램의 자금 조달과 연관돼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의 반응
러시아 의회인 두마 부의장 안드레이 메드베데프는 텔레그램이 전쟁에서 사용되는 “주요 메신저”라고 썼습니다.
러시아군 연관 선전 채널로 알려진 〈Rybar〉는 텔레그램이 “부대 관리를 위한 주요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주 프랑스 러시아 대사관은 두로프 접견을 요구하며 그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했습니다. 러시아 외교관들이 두로프의 변호사를 접촉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러시아 텔레그램 매체 〈Baza〉는 두로프 체포 후 “러시아 관리들은 텔레그램에서 공식 서신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러시아가 텔레그램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었으며, 두로프 체포로 텔레그램에 저장된 기밀이 노출될 것을 염려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제국주의 갈등
텔레그램이 러시아에 협조했다는 서방과 우크라이나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텔레그램이 서방의 검열 요청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맥락에서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인터넷 상에서 국가 검열이 증가하면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프랑스의 두로프 체포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처입니다.
국가는 자신의 통제 밖에 있는 통신 수단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여러 국가들은 통제력 강화를 위한 조처를 취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알리바바의 마윈을 압박해 굴복시켰습니다. 미국은 빅테크 규제 법안을 논의했고, 구글은 반독점 혐의로 재판중이고, 틱톡 금지법도 통과시켰습니다. 유럽은 강력한 규제법들로 빅테크를 제어하려 합니다. 한일 간 네이버 라인 사태도 이런 일들의 연장선입니다. 국민 다수가 사용하는 통신 수단이 경쟁국 기업 통제하에 있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죠.
이런 일들은 인터넷이 안보 논리의 지배를 강하게 받는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의 영향력 억제라는 매우 중요한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텔레그램은 이 전쟁에서 주요한 통신수단으로 부상했기 때문에 무대의 중심으로 불려왔습니다. 아마 인터넷을 둘러싼 지배자들의 쟁탈전을 앞으로 더 자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참고
〈UNN〉, Telegram cooperates with Roskomnadzor and the FSB and stores user data indefinitely – Spravdi
〈EL PAÍS〉, Ukraine considers banning Telegram if app is confirmed as threat to national security
〈POLITICO〉, Telegram: The digital battlefront between Russia and Ukraine
〈Turan〉, Putin refused to meet with Pavel Durov in Baku
〈The Moscow Times〉, Why Pavel Durov’s Detention Shook Both the Russian Opposition and Putin’s Regime
〈Reuter〉, Navalny allies accuse YouTube, Telegram of censorship in Russian election
〈The Kyiv Independent〉, Military intelligence: Telegram blocks several Ukrainian government chatbots
〈BBC〉, In Russia, questions swirl over arrest of Telegram b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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